방학하고 게임하느라 독서량이 줄었다. 하지만 게임을 할 수록 경쟁전 점수도 줄고 있다. 방학 전에 읽은 책 중에 소개하고 싶은 것들도 많지만 타이밍을 놓쳐버린게 아쉽다. 작년에 미국에 있을 때 등교 시간에 페이스북 보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e북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게 이번 학기까지 이어져서 재밌는 책들을 많이 읽었다.
크림슨의 미궁
작년에 <신세계에서> 읽고 빠진 작가인데, 올해 제대로 덕질을 시작해서 유스케씨 책을 꾸준히 읽고 있다. 도서관에다 책 사달라고 신청도 하고 절판된 작품은 중고로 사 모아서 이제 도서관에 있는 책과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들을 모으면 유스케 작품이 전부 모인다. <크림슨의 미궁>은 다른 작품에 비해 오락성이 강했던 책으로 <헝거 게임> 같은 생존 서바이벌을 소재로 하고 있다. 나름대로 여운 있는 결말과 적절한 반전이 있었지만 유스케의 다른 명작들에 비해서는 주제의식이 가벼웠던 점이 살짝 아쉽다. 나중에 기시 유스케는 영업글을 한 번 쓸 예정.
오감도
이상의 시집. 예전부터 소문으로만 들어서 직접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다 도서관에서 발견했다. 한자가 많아서 절반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정신분열 걸리는 시라는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막상 읽어보니 괜찮은 시도 많았다. 특유의 소재와 문체가 어울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듦. 한자를 한글로 쓴 판본이 있다면 다시 읽어보고 싶다. 모자랑 거울 나오는 시들이 특히 좋았다.
공부중독
창의설계 수업 마지막 시간에 나눠준 책. 공부가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 현재 한국 사회의 교육문화를 분석한 책이다. 흥미로운 부분 두 가지를 꼽자면 인성교육이나 픽업 아티스트 등 배움의 영역이 아닌 것들이 포장되고 상품화되어 공부 산업이 되어버렸다는 부분과,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사회 진출을 미루는 사람이 늘었다는 부분이었다. 사회에 공부하는 사람만 필요한 것도 아닌데 모두가 공부만이 길이라고 믿는 건 이상한 현상이고, 이런 믿음은 많은 부작용을 낳으니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었다. 대중의 입장에서는 흥미롭고 설득력 있었지만, 내 주변에는 진짜 자기 길이 공부였던 사람이 많아서 일반화 당하는 듯한 기분이 살짝 있었다.
차회 예고
e북으로 <Crystal Society>를 읽고 있다. 강인공지능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 세상 이야기인데 영문에다가 엄청 길어서 언제 다 읽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AI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보면 진짜 재미있게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공짜니까 검색해서 받아 보시면 됩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Crystal Society> 다 읽고 나서 읽으려고 e북을 사 놓기는 했는데 아마 근시일 내에는 읽지 못할 것 같다.
기시 유스케 작품을 열심히 읽어서 이제 <다크 존>이랑 <자물쇠가 잠긴 방> 두 개 남았다. <다크 존>을 먼저 읽을 예정이다.
PL 수업시간에 괴델, 튜링 등 수학자들 얘기 들었던게 너무 재밌어서 수학사 책도 읽고 있다. 고등학교 때 읽었던 <수학의 반전> 같은 느낌으로 수학자 소개와 연습 문제를 잘 섞어 놓은 책인데, 내가 원하던 방향성이랑은 약간 달랐지만 내용이 적당히 재밌어서 이것도 자기 전에 조금씩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