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고사 때도 그랬듯이 당일날보다 그 다음날 후유증이 더 큰 듯 ㅠㅠ
어제 KOI 3번을 대회장에서 못 푼게 아쉬워서 같은 유형의 문제인 APIO Sequence를 짜 봤다. 몇 번 오답을 제출하기는 했는데 전부 다 0 원소 처리 제대로 안 해서 그랬으니까 모든 원소가 양수였던 대회장에서 짰던 CHT는 맞았을 것이고, 결국 점화식 부분에서 계산실수만 있었던 것 같다.
수학에서는 전체적인 과정을 찾아내면 단순한 계산 실수가 있어도 대부분의 점수를 받는데 정올에서는 과정을 다 알아도 단순한 계산 실수가 있으면 0점이다. 학문간의 성격이나 특징에 차이가 있고 참가자한테 일일이 코드가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물어볼 수도 없으니 이해는 하지만 참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어제 KOI를 마지막으로 대학생 전에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대회는 전부 끝났다. 경기과학고등학교에 입학할 당시에만 해도 국가대표나 KOI 금상 이상 둘 중 하나는 당연히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KOI 은상 세 개라는 평범한 성적으로 고등학교 학창시절을 마감하게 되었다.
선발고사도 그렇고 KOI도 그렇고 지금 느끼는 아쉬움 중 가장 큰 부분은 내 실력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이다. 내가 풀 수 있는 문제를 다 풀고서 받은 결과가 은상이라면 결과에 만족했겠지만, 그렇지 않아서 안타깝다. 남들한테는 잘난척이나 부심이라고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작년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충분히 금상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실력이었는데도 은상을 받았다.
뭐 남들한테 인정 받으려고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상을 못 받았다고 해서 있던 내 지식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역시 아쉽기는 하다. 선발고사도 1차 때 잘 봤는데 2차 때 망하고, APIO도 1점 차이로 세계 동탑을 받았고, 작년이랑 이번 KOI는 문제 다 풀어놓고 사소한 실수를 못 찾아서 은상을 받았다. 전부 한 걸음을 남기고 안타깝게 실패한 경험들이었다.
내 인생은 아직 반도 지나지 않았고 아직 기회들은 많이 남아 있다. 그리고 꾸준히 공부하면서 실력을 갈고 닦는다면 남아 있는 기회들 중 내가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언젠가는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른이 된 뒤의 경험이고, 학창시절의 경험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마지막이었던 이번 결과에 평소보다 더 미련이 남는 것 같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며칠 지나면 금방 또 셀프디스하고 웃고 떠드는 추억이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안타까운 마음이 큰 것 같다. 이제 진짜 다 끝났으니까 입시공부나 해야지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