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신작 예약 주문을 끝냈다. 다행히 삶 진영과는 달리 삼다수 진영은 차고 넘치는 시간이 주어졌다. 예약 구매 기본 특전으로 버전에 따라 그란돈 / 가이오가 피규어, DLC 색이 다른 팬텀을 주고 점포별로 추가 특전이 약간씩 달랐다. 오메가루비, 알파사파이어 두 버전을 모두 사면 포켓몬 인형을 하나 주는 온라인 홈플러스몰에서 주문했다. 물건너에서는 예약 특전으로 아트북을 주던데 한국에서는 아트북 주는 곳은 없는듯 하다. DLC 코드를 확인하면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아직 확인은 안 했지만 두 버전을 모두 사도 팬텀은 한 마리를 주는듯 하다. 사실 팬텀이 두 마리나 필요하진 않고 팬텀보다 포켓몬 인형이 이득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예약 판매 정보를 찾다보니 페르소나 Q가 눈에 들어왔다. 페르소나 시리즈를 바탕으로 세계수의 미궁 시리즈의 전투나 지도 그리기 시스템 등을 곁들여 만든 작품이다. PSP로 즐겼던 페르소나 3 포터블이 미묘했던 반면, 현재 3DS로 즐기고 있는 신 세계수의 미궁이 굉장히 취향에 잘 맞아서 살지 말지 예전부터 고민하고 있었다. 좀 더 고민해봤는데 언젠가는 살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때 가서 특전 놓쳤다고 아쉬워 할 거라면 차라리 지금 사자는 생각이 들어서 구매하게 되었다. 특전은 프리미엄 팩 기준으로 기본 게임에 3DS 카트리지를 18개까지 담을 수 있는 케이스, 오리지널 디자인의 트럼프 카드, 예약 판매 한정 OST가 포함된다. 신 세계수의 미궁보다 컷씬도 많고 스토리도 재밌어 보였던게 구매의 주요 원인이었다.

한 줄 요약: 15분 쇼핑에 15만원 지출

사건은 오늘 저녁으로 먹을 피자를 시키면서 발생했다. 피자헛 홈페이지에서 페이스북 연동 기능을 통해 주문을 하려고 했지만 로그인이 되지 않았다. ‘아이디 찾기’ 기능을 통해 확인해 보니 내가 예전에 쓰던 페이스북의 로그인용 메일 주소(primary email)와 지금 사용하는 로그인용 메일 주소가 달라서인 것으로 추측되었다. 피자헛 홈페이지 아이디가 이전 메일과 연동이 되어 있었고, 유저 로그인 체크를 페이스북 고유 id로 해야 하는데 페이스북 메일 주소로 체크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홈페이지 아래쪽에 있는 ‘온라인 주문 전용 상담 번호’로 전화를 걸어 이런 문제가 있다고 말했는데 이해를 못 하더라. 나도 설명을 횡설수설 하기는 했지만, 상담원이 홈페이지 기술 담당이 아닌 그냥 주문 상담원이어서 그랬던 점도 있다. 통화를 통해 ‘홈페이지가 잠깐 이상한 것일 수도 있으니 다음에 다시 시도해보시고, 오늘은 전화로 주문을 도와주겠다’는 답변을 얻은 것이 고작이었다.

어쩔 수 없이 전화로 주문을 하고, 다시 이전 메일 주소로 로그인용 메일 주소를 되돌린 후 피자헛 로그인을 시도해보았다. 예상대로 로그인이 원활하게 잘 됐다. 그래서 지금 사용하는 메일 주소로 변경하기 위해 이전 계정을 탈퇴시키고 재가입을 하는데,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했다면서 회원가입에 실패했다. 사이트는 예쁘게 잘 만들었던데 백엔드가 개판인듯 하다.

문득 피자헛만 그런건지 다른 사이트들도 그런건지 궁금해서 예전 이메일로 로그인 연동해 놓은 다른 해외 사이트들에도 들어가 봤다. 5개 정도를 체크해 봤는데 로그인에 실패하는 사이트는 하나도 없었고, 일부 사이트는 ‘야 너 메일 주소 바뀌었네? 이걸로 갱신할거야?’라고 물어보기까지 하더라.

프로그래밍을 해 온 경험들 덕에, 오늘 겪었던 사건처럼 서비스들을 이용하며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디를 잘못 짰을지 예상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리포팅 하려고 해도 제대로 된 소통 창구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열심히 정리해서 보내주더라도 동문서답을 하거나 자기들 잘못이 아니라 내가 서비스 이용을 잘못 했다고 책임을 돌리는 경우도 있었다.

통계를 내 본건 아니지만 이와 유사한 상황을 겪었던 경험들은 해외 서비스보다 국내 서비스에서 훨씬 많았다. 물론 내가 한국인이다보니 한국 서비스를 해외 서비스보다 더 많이 이용할 것이고, 한국에서까지 이용할만한 해외 서비스라면 어느 정도의 규모와 안정적인 기반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덜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의 국내 서비스들에서 찾은 문제가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오늘 겪었던 피자헛 문제를 포함해 알송과 신한은행,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서비스에서도 문제를 겪고 리포팅을 했었고, 이 중 건의한 문제가 고쳐진 건 NIA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점은 대한민국의 IT 업종 대우가 영 좋지 않은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직 사회에 나가 본 것이 아니라서 어디까지 우스갯소리인지 판단하지는 못하겠지만 개발자 그룹에서 가장 큰 유머 코드 두 가지가 ‘야근/밤샘’과 ‘여자친구 없음’이다. 사이트를 관리하는 프로그래머를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외주를 통해 싸게 해결하려는 문화도 전반적인 온라인 서비스 품질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한다.

흔히들 ‘IT 강국 대한민국’이라고 말하곤 한다. 높은 인터넷 보급률과 빠른 인터넷 속도, 그리고 2000년대 초 IT 붐의 흐름을 잘 타서 지금까지는 선두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없어질 줄을 모르는 Active X와 웹표준을 지키지 않는 플래시 메뉴들, 검색 엔진을 차단하는 공공기관 사이트들을 보면 IT 강국의 자리를 탈환 당하는 건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자아 도취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며,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잘못된 관습을 바꿔 나가야만 진정한 ‘IT 강국 대한민국’으로 계속 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피자헛 배달원은 피자가 ‘뜨거우시니’ 조심하라고 말했다. 이건 또 언제쯤 고쳐지려나 ㅠㅠ

타마코 러브 스토리 보고 왔다. 주위의 호평에 기대감이 높아졌던 탓인지 살짝 실망스러웠다.

일단 영화 외적인 부분에서 영화에 몰입하는데 방해를 받았다. 가장 큰 문제는 상영관의 음향 시스템이 정말 별로였던 점이다. 영상과 음향이 완전히 분리된 느낌을 받아서 전혀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조조로 가서 약간 졸렸던 것과 미묘한 자막 번역 퀄리티도 영향을 미쳤다.

스토리는 나쁘지는 않았지만 좋지도 않았다. 특히 모치조가 고백한 이후의 전개가 지루하게 느껴졌다. 타마코의 심리상태를 바톤부 연습 중 봉을 놓치는 것으로 표현한다던가, 어머니와 아버지의 연애 이야기를 듣고 결심을 굳히는 것도 진부하게 느껴졌다. 중간중간에 떡에 관련된 수위 약한 음담패설이 나오는데 별로 재밌지도 않고 영화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던 점도 감점 요소였다.

작중에서 미도리가 고백을 도와주는 것 같기도 하고 방해하는 것 같기도 해서 뭔가 숨기는 게 있는 줄 알았는데 마지막까지 떡밥 회수가 안 된 것도 의문스러웠다. 떡밥이 아니라 원래 성격이 그랬던 것인가…

좋았던 것은 쿄애니 특유의 깔끔한 그림체와 특색있는 캐릭터들이 어울려 작품의 분위기를 잘 살린 점. 주인공인 타마코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공순이 칸나랑 초반에 잠깐 나오는 쵸이가 제일 귀여웠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평타는 친 것 같다. 언어의 정원보다는 못했지만 중2병 극장판 보다는 훨씬 나았다. 위에서도 언급했던 사운드 문제 때문에 성우들의 연기와 OST를 제대로 못 들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사운드가 제대로 된 곳에서 다시 한 번 보고싶음.

아이패드 키보드를 배송받았다. 약간 작은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확실히 가상 키보드보다는 편하다. 글자 지우는 속도가 느리고, 한/영 전환이 불편한 것만 빼면 굉장히 만족스럽다. 다만 지원하는 앱이 별로 없어 진짜 글 쓸 때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키보드를 사기로 결정한 것은 최근의 독서활동과 관계가 있다. 요즘 원서 접수가 끝나고 잠깐 여유가 생겨서 책을 읽고 있다. 얼마 전에는 스티브 잡스를 다 읽었고, 요즘에는 ‘신세계에서’를 감명 깊게 보고 나서 일본 문학들을 읽어보고 있다. 책을 읽고 나서 생각했던 점들이 굉장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때 당시 느꼈던 기분과 생각들을 적어두지 않아 이런 감상들이 다 사라져 버리는 것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종이에 손으로 적거나 핸드폰이나 아이패드 가상 키보드로 적기에는 너무 불편하고, 그렇다고 노트북을 켜자니 충전기 연결하고 부팅하는 등 준비 과정이 너무 많이 필요했다.(학습실에서 노트북 사용은 교칙에 어긋나기도 한다)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블루투스 키보드였다. 실제로 도움이 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단 첫인상은 마음에 든다. 앞으로 많이 애용해야지.